상속세 개편은 올해 정치권과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논의한 세제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방향의 개편안이 충돌하면서 정기국회 통과가 결국 무산됐습니다.
상속세 개편 논의의 배경
우리나라 상속세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 수준의 높은 세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세율 50%에 할증까지 더해질 경우 실효 세율이 크게 오르는 구조라 특히 자산가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현행 제도는 ‘유산세 방식’으로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재산(총유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고 그 세액을 상속인이 각자 비율만큼 나눠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전체 유산 규모가 커질수록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결국 상속인이 실제로 받는 금액보다 과도한 세 부담을 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상속인 숫자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역진성 문제, 대주주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려 한다는 지적 등 여러 부작용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국회는 2024~2025년 동안 상속세 체계 개편 논의를 본격화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개편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완전히 갈렸다는 점입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충돌했습니다.
- 상속세 제도를 아예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자
-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공제를 크게 상향해 부담을 낮추자
두 방식은 논의의 전제 자체가 달라 조율이 쉽지 않았고, 결국 올해 정기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가 중단되었습니다.
유산취득세 전환안 : 제도를 완전히 바꾸자
정부가 먼저 제시한 안은 ‘유산세 →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었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 기존: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누진세율 적용
- 변경: 상속인이 실제로 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
이렇게 되면 세 부담 계산 방식이 크게 달라집니다.
첫째, 과세표준이 크게 줄어듭니다.
30억 원의 자산을 3명이 상속받는다면 기존 유산세 체계에서는 30억 전체에 세율이 적용되지만 유산취득세에서는 각자 10억씩 기준으로 세율이 적용됩니다.
자연스럽게 누진세율 부담이 완화되며 전체 세금도 낮아지게 됩니다.
둘째, 형평성이 높아지고 분쟁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상속인별 부담이 더 명확해지기 때문에 계산 구조가 투명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논란은 “감세 효과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처럼 유산취득세 전환은 구조적으로 매우 큰 변화이기 때문에 정교한 기초 설계가 필요하지만 여야가 이를 충분히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안은 결국 국회에서 추진이 중단됐습니다.
상속세 공제 상향안 : 현행 제도 유지 + 공제 확대
유산취득세 전환 논의가 활발하던 가운데 여당과 야당 모두 기존 제도를 유지하되 공제를 큰 폭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주요 공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괄공제: 5억
- 배우자 공제: 최대 5억
즉, 배우자 기준 최대 10억까지 상속세가 면제되는 구조입니다.
이를 각각 8억, 10억으로 상향하자는 입장을 통해
배우자 기준 18억까지는 상속세가 면제되는 구조로 바꾸자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공제 상향 논의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 인적공제를 17~18억으로 맞출지
- 배우자 공제를 더 확대할지
-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늘릴지
- 어떤 재산에 공제를 우선 적용할지
선택지가 너무 많아 여야 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유산취득세 전환 여부가 먼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제만 미리 정하면 정책적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기재위 의원들 사이에서 크게 작용했습니다.
즉, 상속세 체계가 바뀔 수도 있는데 공제부터 올리면 이중 작업이 되는 셈입니다.



내년 전망은?
상속세 개편이 멈춘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안이 서로 전제 자체가 달라 동시에 추진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유산취득세 전환 = 과세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개혁안
- 공제 상향 =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부담을 낮추는 조정안
이 두 안은 서로 충돌합니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인이 부담하는 세액이 크게 줄어들어 공제 상향 논의가 의미가 없어지고 공제를 먼저 올려버리면 유산취득세 전환 시 다시 공제를 전면 재설계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어떤 체계를 선택할지”
“그 체계에서 얼마나 감세할지”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 채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것입니다.
내년 초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여야가 상속세 체계 개편의 방향성부터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올해와 같은 난항이 반복될 가능성도 큽니다.





